사설
영어 공교육 확대 방침으로 서울 강남 학원가가 꿈틀거리면서 부동산 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학원을 내겠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나왔던 학원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인지 강남을 비롯해 목동·중계동 등 학원 밀집 지역의 아파트 전세금도 크게 오르는 형편이다.
아직 아파트값이 크게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조짐은 분명하게 감지된다. 학원 밀집 지역이 그런 곳들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영어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강남 등 주요 지역 학원가는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영어를 제대로 못해서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뒤처질 수밖에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소형 아파트 중심의 전세금 상승도 심상치 않다. 이달 말 차기 정부가 출범한 뒤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하면 소형 주택에 대한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개발 바람으로 소형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던 경험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세금이 오르면 매맷값 또한 오르기 마련이다. 특히 학원가 주변 지역의 수요 증가와 맞물린다면 매맷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영어 공교육 확대에 따른 수요를 학교가 제대로 소화해낸다면 새 교육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강남 등 학원 밀집지역의 수요 증가는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걱정되는 것은 대치동 등 강남 일부 지역의 전세금 및 매맷값 상승세가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전반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세계 경제의 침체 우려로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몰렸던 자금이 빠져나와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몰려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인수위의 설익은 영어 중시, 영어 공교육 정책이 부동산 시장까지 들썩이게 만든 꼴이다. 교육과 부동산은 국민 생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다. 무엇보다 현실에 맞아야 하고, 시기적으로 적절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치는 일이 없도록 인수위는 교육과 부동산 정책을 세심하게 검토하고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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