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주말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된 장자연씨 자살 사건과 관련한 <조선일보> 보도와 사설은 균형을 잃었다. 이 신문은 수사 결과 발표 다음날인 25일치 1면에 “본사 임원 ‘장자연 사건과 무관’ 밝혀져”란 제목으로 수사 결과를 주요하게 다루고, 8면과 9면 전체를 관련 기사로 채웠다. 이 신문은 또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한 49일간의 비방 공격”이란 사설을 통해 일부 언론과 운동단체가 여러 방식으로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하려 해 왔다며 “이 악의적 세력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물을 것”이라고 했다.
사설은 그러면서 <한겨레>를 거론했다. “한겨레신문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조선일보 특정 임원에 대한 의혹이 해소돼가자 ‘경찰이 유력 언론사 대표는 빼놓은 채 다른 사람만 처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며 아직 나오지도 않은 수사 결과를 놓고 미리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경찰 안팎에서 결국엔 유력 언론사 대표 말고 힘이 덜한 사람들만 처벌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쓴 한겨레 사설 내용도 트집 잡았다.
이 신문의 이런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 수사 초기부터 특정 임원에 대한 의혹이 해소돼 갔다는 주장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은 이 임원을 조사한 것이 수사 결과 발표 전날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조사도 하지 않고 어떻게 의혹이 해소돼 갔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취재에 바탕한 보도와 주장을 근거 없이 헐뜯는 것이 바로 명예훼손이다.
이런 시시비비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신문이 특정 임원과 신문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신문의 고문인 김대중씨는 최근 칼럼에서, 조선일보 고위 인사가 온당치 않은 일에 연루된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일보 전체 기자와 직원, 나아가 조선일보라는 신문 자체의 존재 가치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이 신문은 특정 임원과 관련된 보도나 움직임을 마치 신문 전체에 대한 것인 양 대처했다.
신문 전체가 특정 임원의 개인적 행위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의식의 착종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착종 탓에 이 신문은 공익을 수호하는 데 사용돼야 할 지면을 사유화하고, 다른 신문의 정상적 보도행위를 자사에 대한 악의적 보도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에 가장 시급한 일은 이런 착종을 바로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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