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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격미달’인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

등록 2009-07-16 21:28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신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내정한 현병철 한양대 사이버대학장은 ‘인권 문외한’이다. 그동안의 행적을 들여다보면 인권과 관련한 대외활동은 물론이고 변변한 연구실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죽했으면 청와대가 발표한 인선 배경 설명에도 ‘조직관리 능력’ 따위의 말만 있을 뿐 인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겠는가. 국가인권위법 5조2항은 인권위원 기준을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라고 명시해 놓았는데, 이런 법 조항에도 위배된다. 한마디로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인권위원회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끈질기게 무력화를 시도해왔다. 이번 새 인권위원장 내정은 이런 시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인권 문제는 소수자 보호라는 특성상 틀에 박힌 상식과 산술적인 균형감각을 뛰어넘어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현 내정자의 성향 등에 비춰볼 때, 인권위의 독립을 지키고, 필요하면 정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 기개 있는 모습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오히려 권력의 뜻을 잘 따르는 ‘고분고분한 인권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전공과 경력에 비춰봐도 인권문제를 좁은 법의 틀 안에 가둬놓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이런 인권위원장 아래서는 인권위가 사회적 약자의 마지막 보루 구실을 하기 어렵다.

이번 인사는 국제사회에서도 조롱거리가 될 공산이 크다. 국내 인권단체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인권 문외한을 국제사회가 반길 리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회장국이 될 수 있는 기회도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안경환 전임 위원장은 “후임자가 심각하게 손상된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인권의 위상을 회복하기 바란다”고 말했으나, 오히려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중도사퇴 이후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이번 인권위원장 지명은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의 내정 소식에 청와대 안에서도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인선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 조직에 의존하는 인사, 정치적 효과에 치중한 깜짝인사 등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되풀이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현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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