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08년 정권교체기의 국세청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변호인들을 통해 잇따라 내놓는 폭로는 하나하나가 다 놀라운 내용이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유임 배경부터 의혹투성이다. 안 국장은 자신이 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찾아가 한 전 청장이 ‘이명박 정부에 충성할 자세가 돼 있다’며 그의 유임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안 국장은 또 한 전 청장이 유임을 위해 대선 직후 당선자 쪽 실세에게 10억원을 전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 전 청장은 유임됐고, 연루 의혹을 샀던 세무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
한 전 청장은 이즈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세무조사를 시작했으며, 안 국장에게는 태광실업의 베트남 현지 조사를 도우라는 당부도 했다고 한다. 국세청장이 일개 지방기업의 세무조사에 이렇게나 신경을 쓴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에도 서울청 조사4국이 부산까지 내려가 세무조사를 한 것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표적조사라는 의혹이 있었다. 뭔가 ‘거래와 교감’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치적 책임은 물론, 직권남용 따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조직적으로 이 대통령 관련 의혹을 덮으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크다. 안 국장은 2007년 가을부터 2008년 3월 사이 포스코건설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서울 도곡동 땅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것이라고 쓰인 문서를 발견했다고 변호인들은 전한다. 사실이면 이 대통령의 도덕성을 뿌리째 흔들 내용이다. 국세청이 이 문서를 폐기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국세청이 이런 사실의 보도나 외부 유출을 막으려 청와대까지 들먹이며 안 국장을 압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 국장이 공교롭게도 야당 쪽과 만나기로 한 날 긴급체포된 것도 석연찮다. 검찰이 의혹의 핵심인 한 전 청장의 소환이나 범죄인 인도요청조차 하지 않는 등 적극 수사를 미루는 것도, 사실 은폐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검찰은 불거진 의혹들을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안 국장의 개인 세무비리 정도로 꼬리를 자르고 덮을 사건이 아니다. 검찰이 당당히 수사하겠다면, 먼저 미국에 있는 한 전 청장부터 불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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