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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검찰’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등록 2009-12-03 21:37수정 2009-12-03 21:37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측근을 통해 구입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이제야 확보했다고 한다. 지난 1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이 ‘2007년 초 당시 차장이던 한씨가 국세청장이던 남편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학동마을을 선물했다’고 폭로한 지 거의 11개월 만이다. 그사이 한씨는 3월15일 도피성 출국을 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 전형적인 뒷북수사다.

그동안 검찰의 태도를 보면 의도적으로 늑장수사를 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은 그림을 받았다는 쪽이 그림 상납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한씨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전혀 수사할 뜻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한씨가 미국으로 떠나고 사흘이 지나 참여연대가 수사 의뢰를 하자 마지못해 사건을 배당했으나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찰이 최근에야 관련자 소환 조사를 통해 한씨가 그림 구입을 직접 지시한 사실을 파악한 것은 검찰의 정치성을 드러내는 증거로밖에 볼 수 없다. 검찰이 애초 의지만 있었다면 한씨의 그림 구입 지시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주목되는 것은 한씨의 출국 시점과 최근 구속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폭로 내용이다. 한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하기 바로 직전에 출국했다. 그래서 당시에도 정권 차원에서 한씨의 비리를 봐주는 대신 박연차 게이트의 전모를 알고 있는 그를 ‘기획출국’시켰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더구나 안 전 국장은 최근 ‘한씨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박연차 게이트로 비화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정기적으로 보고했으며 정권 실세에게 금품 상납과 연임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국장의 이런 주장은 내용이 매우 구체적인데다 상당 부분 사실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한씨는 뉴욕에서 기자회견까지 하며 당분간 귀국할 생각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검찰도 ‘본인이 들어오지 않겠다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맞장구친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혐의가 있는 사람은 외국으로 내보낸 뒤 데려올 생각을 않고, 신빙성 있는 폭로를 한 사람은 체포해 구속하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검찰은 ‘정치검찰’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한씨 수사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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