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의 첨병 역할을 하는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에 대한 내년도 정부 지원 예산이 40% 이상 삭감될 듯하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 448억원(추경 포함 539억원)에 비해 42%가 줄어든 259억원의 예산안을 국회에 넘긴 상태다.
정부가 공공의료를 책임지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가뜩이나 인력과 시설이 열악한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을 줄인다면 지방의료원 등은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더는 할 수가 없다. 현재 지방의료원들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우수한 의료진과 장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료원 전문의 가운데 26%를 공중보건의가 대신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공공병원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반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지방의료원이나 보건소를 찾는 서민은 더 늘고 있다. 의료비를 아끼기 위해 진료비가 싼 공공병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뭉텅이로 깎겠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공공의료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은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서민층의 건강은 당연히 정부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제외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공공의료를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짜여 있다.
지금도 국민 건강에 대한 정부 기여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보건의료 지출 가운데 공공지출 비율은 55%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7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가 쓰는 돈은 적고 개인 지출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1998~2007년 10년 동안 한해 평균 보건의료지출액 증가율은 8.7%에 이른다. 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당연히 서민의 고통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 하나에만 22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그뿐 아니다. 수조원짜리 국책사업이 수없이 널려 있다. 지방의료원 지원 예산 200억원이 그렇게도 아까운지 묻고 싶다. 공공의료 체계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어떻게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가 의지가 없다면 국회라도 예산을 대폭 늘려 공공 의료기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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