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제정신을 잃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한 무죄선고에 반발해 목소리를 높여가더니 이제는 재판과 법관 인사에 간섭하겠다고 한다. 극우성향 신문들의 억지주장에 편승한 모양새지만,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를 사법개혁이라고 우기니 더 기가 막힌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보수를 표방하는 집권당의 말인지 귀를 의심케 한다. 어제 원내대책회의에선 ‘실망스런 판결이 계속되면 국회와 여당이 나서야 한다’거나 ‘국회가 사법을 법관의 전유물에서 해방해야 한다’ 따위의 극단적인 주장이 쏟아졌다. 정치권력이 재판에 간섭하겠다는 말이고, 법관의 재판 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삼권분립은 안중에도 없는, 헌법 유린의 폭언이다. 또 국회에선 진행중인 재판에 대해 법원 쪽 인사를 불러 대놓고 추궁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판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막나가선 안 된다. 사법부의 독립은 헌정 체제의 근간이다. 이를 허물려 덤빈다면 보수가 아니라 체제 위해 세력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말끝마다 ‘국민’을 앞세우는 것도 가당치 않다. 강 대표 무죄 선고에 공감하지 않는 국민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 주장처럼 정치권력이 사사건건 재판에 간섭하는 것까지 찬성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치적 이해가 국민의 뜻일 수는 없다. 제 마음대로 국민의 뜻, 국민의 이익을 참칭하는 것은 과거 파시스트나 독재정권의 상투적 수법이다. 역사는 이를 민주주의의 공적으로 단죄했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무지막지한 말을 서슴지 않는 것은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판사들을 들어낼 수 있는 ‘법원 내부 개혁’과 법관 임용 때의 ‘검증 절차 강화’를 주장했다. 권위주의 정권 때처럼 법관들을 인사권으로 억눌러 재판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어질 여러 재판에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법원이 눈감아주도록 윽박지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모두 사법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짓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불온한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왕 사법개혁을 거론했다면 재판 개입 대신, 피의사실 누설에서 권력의 눈치만 살피는 ‘제멋대로 기소’까지 문제가 한둘이 아닌 검찰부터 개혁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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