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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제 허물 보지 않고 엉뚱한 목소리만 높이는 군

등록 2010-04-30 19:40

희생 장병을 떠나보낸 우리 사회가 해야 할 급선무는 천안함 참사의 원인과 대응태세의 문제점을 명확히 규명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객관성과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군 한쪽에선 예단을 갖고 특정한 방향으로 사태를 몰고가려는 시도가 잇따라 걱정스럽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그제 영결식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들이 그 누구든지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찾아내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북한을 겨냥해 보복을 다짐하는 어감을 짙게 풍긴다. 사고 원인조차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대체 누굴 상대로 어떻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밝힌 ‘비접촉 수중폭발’ 가능성조차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김 총장은 누구보다 자숙해야 할 처지에 있는 인물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참사를 막지 못했으며 사건 발생 뒤에도 구조 장비와 인력을 효율적으로 동원하지 못하는 등 큰 허점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군은 자신도 지키지 못함으로써 과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김 총장은 해군 최고 책임자로서 문책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람이 자기반성도 없이 외부로 화살을 돌리는 것은 아주 부적절한 태도다. 자신에게 쏠리는 책임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짙다는 의심마저 든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필요시 (북한에 대해) 무력시위를 할 제공전력을 갖고 있다”며 무력시위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부적절했다. 지금 시점에서 무력시위를 거론하는 것은 남쪽이 안보불안을 증폭시키는 행위로 비판받을 가능성마저 있다. 핵폭격기 배치를 검토하라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고는 하지만 국방정책 책임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다.

군은 또한 기존 전력강화 방안의 수정을 거론한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서는 장비보다는 군의 기강, 훈련, 작전통제 등 운용능력의 허점이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적 개념 명시 등도 성급하고 적절하지 않다. 객관성도 없고 책임 회피 성격이 강한 이런 움직임이 장병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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