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개혁실패 반성으로 올해를 시작하라 |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이 경제·통합·평화와 개혁을 올해 중심과제로 설정하고, 실사구시 정책을 통해 일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또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선진사회 협약’ 체결 등 12가지 대국민 약속도 제시했다.
이는 민생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고 집권여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빈약한 개혁을 상기할 때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개혁의 실패를 호도하려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특히 실사구시의 강조는 개혁 실종의 구실이나 변명 찾기로 비친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개혁의 역사적 소명을 방기했으며,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 지난해 개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올해로 넘기는 바람에 올해 ‘경제 올인’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성부터 앞세워야 한다.
개혁 실패의 요인으로 경험이나 준비, 정치력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의석의 과반수를 점하고 우호세력까지 탄탄한데도 개혁을 못한 것은 이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역사의식의 결여와 시대정신의 퇴색 등 개혁의지가 약해진 것이야말로 핵심이다. 내부의 개혁 목소리를 누르고 자기검열 성격의 실용주의가 판친 것도 모두 이에 기인한다. 열린우리당은 올해 개혁에 대한 자기확신을 다지고, 개혁에 따르는 위험과 책임을 피하지 않는 의연함부터 갖춰야 한다.
시대의 좌표나 개혁성에 맞게 정책을 추진하는 일도 필요하다. 사회협약의 경우만 해도 각 사회주체가 참여해 대립과 갈등을 조정한다는 정도에 머물면 안 된다. 기계적으로 중간을 택하는 절충이라면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할 수 없다. 경제 회생과 사회 안정, 지속적인 성장 등이 모두 서민 생활의 활력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에 입각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오는 2월 임시국회의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처리도 개혁성이 충분히 담보돼야 한다. 사회 통합의 전제는 개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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