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유독성 물질 관리’ 본분 망각한 노동부 |
타이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는 제조업체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에서 노말헥산의 노출농도가 기준치를 넘었는데도 경영진이 아홉 달이나 세척제로 사용했다는 보도는 우리 사회를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속설’을 입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법으로 통제하는 유독성 물질이 기준치를 넘어서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면서도 아홉 달이나 방치한 것은 우발적인 단순 범죄보다 더 엄히 처벌해야 할 ‘범죄’다. 더구나 경영진은 이주 노동자들의 하반신 마비가 쟁점으로 불거진 뒤에도 “노말헥산이 정전기로 인한 화재위험이 커 친환경 세척제로 바꿨다”며 사실을 호도했다. 작업환경 측정 결과가 나오면 사업주는 이를 지체없이 일터의 모든 노동자에게 알리고 당국에도 보고해야 한다. 특히 유해인자가 노출기준을 초과하면 ‘개선 경과 또는 개선 계획’을 추가로 첨부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일터에서 산업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관리해야 할 노동부까지 기준치를 넘어섰다는 보고를 받고도 11개월이나 지나서 감독관을 보냈다는 데 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오차범위를 감안해 기준치 안쪽으로 판단했다”거나 “해당 업체가 중독된 타이 노동자들을 숨겼기 때문에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는 본분을 망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오차범위’를 감안한다는 판단도 문제이지만, 노동자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이라면 마땅히 오차범위를 기준치 미달일 때 적용하는 것이 노동부가 할 일 아닌가.
타이 노동자 집단발병 사태를 ‘추한 한국을 벗어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우리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사례”라며 종합대책을 세우라고 한 ‘지시’에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가 ‘종합 대책’ 이전에 먼저 할 일이 있다. 관리의무를 소홀히한 노동부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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