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5년까지 20조원을 들여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22조원을 들인 4대강 사업이 올해 말 끝나면 그에 맞먹는 예산으로 제2의 4대강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4대강에 이어 전국 하천에 이처럼 엄청난 혈세를 쏟아붓겠다는 정부 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예산 낭비의 주범으로 꼽히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숱한 환경파괴와 수질오염 현장을 목도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천 정비사업에 또다시 큰돈을 쏟아붓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민생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토목공사만 늘리다간 큰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기존의 수질 개선 및 하천 정비사업의 예산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좀더 체계화한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올해부터 2015년까지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여러 부처가 책정한 예산만 얼추 2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4대강 예산을 지류·지천 사업비로 돌린다고 하지만 4대강 본류 관리를 위한 예산도 만만치 않아 사업비는 이래저래 불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과정이 남아 예산 확정이 안 됐다고 하는 걸 보면 앞으로 지자체 분담금도 그만큼 늘 듯하다. 한푼이 아쉬운 정부나 지자체가 다른 데 쓸 돈까지 끌어와서 벌일 일은 아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수량이 많아지면 수질이 깨끗해지고 지류의 홍수 피해도 예방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로 흐름이 막혀 수질이 나빠지고 막대한 준설로 홍수 위험이 커진 곳이 적지 않다. 서둘러 지류·지천 정비에 나서는 이유가 4대강 사업으로 악화된 수질 문제와 홍수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지류부터 순서를 밟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했으면 될 일을 본류부터 하는 바람에 몇배 돈을 들이며 사서 고생하는 꼴이다.
정부는 오늘 대통령 직속의 지역발전위원회에서 하천 정비사업의 기본 구상을 확정하고 6월까지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었는데 일정을 미뤘다. 여론의 눈치를 살필 일이 아니라 예산 자료를 공개하고 효율성과 타당성을 원점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하천 정비사업은 지역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한 뒤 추진해야 한다. 더욱이 이를 내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한 정치적 포석으로 삼으려 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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