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직업병으로 판결난 ‘삼성전자 백혈병’

등록 2011-06-23 19:06

서울행정법원이 어제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이숙영·황유미씨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김옥이씨 등 다른 3명의 직업병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있지만, ‘삼성전자의 백혈병은 직업병’이라는 유족과 피해 노동자들의 주장을 법적으로 확인해준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업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해온 삼성, “명백한 자연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산재로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고용노동부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세계 제일주의’를 외치면서도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 문제는 외면해왔다. 반도체·전자산업은 화학물질의 집약적 사용으로 다른 어떤 산업보다 암 등의 발병률이 높다는 건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된 사실이다. 200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조사한 삼성전자 공장에선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나왔다. 또 성분이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화학물질을 집약적으로 사용하고, 노동자들이 적절한 보호도구 없이 과로에 시달린 사실도 확인됐다. 더욱이 이숙영·황유미씨는 노후화한 반도체 기흥공장의 수동 설비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었다. 굳이 법원 판단을 빌리지 않더라도 백혈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은 백혈병의 원인이 다 밝혀진 게 아니므로 산재를 인정할 수 없다거나,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근로복지공단이지 우리가 아니다”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왔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의 유족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주고 소송을 취하하게 해 뒷말을 낳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 또한 “의심적인 정황만으로 산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기업을 편들고, 노동부 역시 근로복지공단과 삼성을 감싸기에 급급했다.

이번 판결로 삼성 백혈병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계기가 마련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를 자임해온 ‘반올림’이 집계한 삼성의 직업병 노동자는 120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46명이 세상을 떠났다. 삼성은 이들 피해 노동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충분한 보상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도 일하다 다치고 숨진 노동자들의 산재 인정이 더 손쉬워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등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