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태풍·장마 사고 잇따르는데도 “4대강 사업과 무관”만 외칠 텐가

등록 2011-06-26 18:57

걱정했던 대로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장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엊그제 경북 칠곡군의 석전리와 관호리를 연결하는 옛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2번 교각이 무너져 내렸고, 어제는 상주보 제방 수백 미터가 유실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옛 왜관철교 사고는 새벽이 아니었다면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지난달 초 남한강 강천보와 이포보 사고를 시작으로 경북 구미 광역취수장 임시물막이 붕괴, 영산강 승촌보 상수관로 붕괴사고가 잇따랐을 때부터 전문가들은 대규모 준설 때문에 이런 사고가 재발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불관언의 태도로 안전점검을 소홀히 한 채 공사를 밀어붙였고 결국 이런 결과를 맞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태풍과 장마가 이어지면 더 큰 사고와 인명피해가 우려되는데도 국토해양부는 계속 딴전만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옛 왜관철교 사고에 대해 “교각이 있는 부분은 (4대강 공사) 준설라인에서 벗어난 곳으로, 강물이 아닌 둔치 위에 있어 교량보호공 설치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4대강 사업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스스로 작성한 자료를 봐도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부산청이 만든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철교의 9개 다릿발(교각) 가운데 2~8번까지 7개에 교량보호공을 설치하도록 돼 있으나, 3~6번까지 4개 다릿발에만 보호공을 설치했다. 또 부산청의 설명과 달리 낙동강지키기 부산본부가 지난 3일 항공촬영한 사진을 보면, 문제의 2번 다릿발은 둔치가 아닌 강물에 박혀 있다. 4대강 공사를 서두르느라 스스로 정해놓은 안전기준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이곳만이 아니어서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곳곳에 널려 있다. 같은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경북 고령의 우곡교 다릿발 가운데 4~8번 다릿발에 보호공을 설치하도록 돼 있으나 8번 다릿발에 보호공을 설치하지 않았다. 경북 상주에 있는 경천교의 경우에도 수중에 있는 다릿발에 보호공이 설치되지 않아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부는 4대강 준설공사로 인한 역행침식 우려가 나오자 “하상유지공 설치 등을 통해 적절히 대비하면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4대강 준설공사 전에 설치를 끝냈어야 할 하상유지공을 뒤늦게 올해 초에야 설치 계획을 세운다고 부산을 떤 것만 봐도 정부가 얼마나 졸속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정부는 4대강 공사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전국의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들에 지금이라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4대강 속도전은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큰 불행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