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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침 햇발] 불편한 진실③ 안보문제 / 오태규

등록 2012-04-17 19:25

오태규 논설위원
오태규 논설위원
민주당은 안보와 평화·복지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행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4·11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데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중원의 상실’이 근본 패인이라고 본다. 중원이란 지역적으론 충청·강원, 이념적으론 중도파다.

선거 구도를 짜는 데서부터 새누리당은 중원을 공략하는 데 중점을 뒀다. 보수-기득권-영남 연합세력인 한나라당은 세류의 변화를 재빠르게 감지하고 위치를 오른쪽에서 가운데로 옮기는 ‘척’했다. 당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하는 정강·정책을 내세웠다. 상징색마저 좌파의 상징인 붉은색을 빌려왔다. 그리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와의 결별’을 되풀이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며 왼쪽에서 더 왼쪽으로 갔다. 그러면서 중원을 무방비로 방치했다. 야권연대는 고정층을 다진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선거를 하기도 전부터 승리감에 도취해, 야권연대가 중원 공략의 기지가 될 때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어느 나라든 선거의 승패는 중원에서 갈린다는 점을 외면했다. 진보의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 박원순 시장이 각각 김종필, 정몽준, 안철수라는 중원 사령관을 얻어 승리했던 역사에서 배우지 못했다.

중원에서 민주당과 야권연대가 밀린 데는 안보문제에 대한 모호한 태도가 큰 작용을 했다.

안보는 공기와 같은 존재여서 평화시엔 결핍을 느끼지 못하지만, 긴장지수가 높아질수록 필요성과 절박성이 커진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4년간 한반도 정세는 6·25 전쟁 이후 가장 불안한 형국으로 치달려왔다. 아직도 출구마저 보이지 않는다. 대책 없는 대북강경정책 탓이 크다.

하지만 안보를 불안하게 만든 세력을 비판한다고 해서 안보를 맡길 수 있는 세력이라는 신뢰감이 자동으로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야권연대는 결정적으로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정 해군기지는 어쨌든 노무현 정부 때 결정된 사업이다. 한명숙 전 민주당 대표도 총리 때인 2007년 국회에서 ‘대양해군을 육성하고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대표가 된 뒤론 건설 반대로 방향을 잡더니 3월10일 야권연대 정책합의문엔 전면 재검토, 이틀 뒤의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안보 차원의 해군기지 필요성엔 공감’으로 오락가락했다. 새누리당의 말바꾸기 공세가 아니더라도 안보 무능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언행이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에 나섰던 한 후보의 ‘해적기지’ 발언이다. 해군기지 문제는 집권을 염두에 둔 세력이라면 ‘운동 정치’가 아닌 ‘선거 정치’의 관점에서 접근할 사안이었다.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강행하는 절차 문제와 기지 건설의 필요성을 구분하는 등 세심하고 사려깊은 자세가 필요했다. 하지만 야당은 운동과 선거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야권연대는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안보무시·안보무능·안보불안 세력이 아니란 점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집권을 하지 않으려면 모를까, 그러지 않고는 집권 가능성 제로다. 적대감과 상호위협 구조에 의존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결코 안보를 잘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방향성은 뚜렷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어느 방향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앞으로 민주당은 안보와 평화·복지가 배타적이 아니라 병행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 평생 빨갱이 공세에 시달렸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 안보, 후 평화’를 입에 달고 살았던 것에서 배워야 한다.

오태규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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