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아직도 군대서 이런 가혹행위가 |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있었던 사건은 한마디로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게 한다. 화장실 변기의 물을 제대로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대장이 훈련병들에게 인분을 입에 넣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가혹행위다. 군에 갓 입대한 훈련병들이 느낀 수치심은 얼마나 컸을까. 자식을 군대에 보냈거나 보낼 부모들이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심정은 또 오죽했겠는가. 결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국방부 수뇌부는 사건이 난 열흘 뒤에, 그것도 인터넷에서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사건을 알게 됐다고 한다. 군내 정보수집과 보고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이야기다.
군은 그동안 가혹행위를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어떤 종류의 폭력도 금지하며, 이를 어길 때는 형사처벌한다’는 따위 병영문화 개선방안도 내놨다. 그 덕분인지 체벌 등은 꽤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분 사건’은 여전히 군대에서 가혹행위가 뿌리뽑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훈련병을 지도하는 지휘관이 어떻게 인격을 모독하는 상식 이하의 이런 사단을 벌일 수 있는가. 한 중대장이 군기를 잡겠다며 저지른 우발적 일탈행위로 넘겨버리기에는 사안이 심각하다. 잘못된 병영문화를 고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민주적 지도력 함양과 함께 인권의 중요성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윤광웅 국방장관이 어제 수습책으로 발표한 ‘특단의 대책’이 빈말이 돼서는 안 된다.
정보나 보고 등 지휘체계도 점검해야 한다. ‘인분 사건’은 누가 봐도 파장이 큰 사건이다. 그런데도 국방부 고위층이 곧바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정작 기강을 다잡아야 할 곳은 이런 쪽이다. 지난해 7월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왔을 때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의 잘못을 저질렀는데, 이를 되풀이하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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