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현병철 인권위원장 후보자의 재임명 반대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한다. 김영우 대변인은 “30일 최고위원회에서 현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의견 교환이 있었고, 당의 우려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이런 변화는 늦었지만 매우 환영할 일이다. 새누리당은 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기로는 야당과 합의했으나 명백한 임명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청와대에 공을 넘겨놓은 상태였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니 건드리기 어렵다는 등의 변명만 하면서 청와대 눈치를 살펴왔다. 새누리당의 기류가 변한 것은 현 후보자의 임명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화가 12월 대선에까지 미칠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현 후보자가 인권위 수장으로서 부적격자라는 것은 이미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공인된 일이다. 국제앰네스티도 현 후보자를 인권위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무너뜨린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연임 반대 의견을 표시한 바 있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80%가량이 그의 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실제로 청와대의 임명 강행을 막을 강한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혹시 여론을 의식해 임명에 반대했다는 ‘알리바이’를 남겨놓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구심을 거두기 힘들다. 새누리당의 실질적 주인인 박근혜 의원은 분명한 의사 표시를 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해온 박 의원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현 후보자의 임명에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청와대는 현 후보자 카드를 접어야 한다. 친인척 비리 등으로 가뜩이나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청 갈등으로 더욱 곤경에 빠지지 않기 바란다. 더 좋은 방법은 현 후보자가 곧바로 자진사퇴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나마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박근혜 의원은 이번 기회에 청와대의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침묵하는 태도를 벗어나기 바란다. 말로는 ‘변화와 쇄신’을 외치면서도 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현병철 후보자뿐 아니라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 의원으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을 방치하는 것은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는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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