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지난 4·11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로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 등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또 돈을 건넨 것으로 보이는 현영희 의원을 대검에 고발했다. 당사자들이 모두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검찰은 아직 본격 수사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 실체를 가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관위가 현 의원 주변 인물의 제보를 토대로 조사를 벌여 ‘혐의가 있다’며 자금 전달자와 액수까지 적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선관위의 고발과 수사의뢰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로 사실 여부를 철저히 가리기 바란다.
이번 사건은 새누리당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이른바 ‘차떼기’ 파문을 비롯해 과거 여러 차례 돈 문제로 존폐의 위기를 맞을 정도의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천이야말로 정치쇄신의 첫단추”라며 여러 차례 공천개혁을 다짐했지만 결국 공염불이 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선관위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현영희 의원은 지역구 공천을 받지 못하자 공천심사위원이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원, 홍준표 전 대표에게 2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돈으로 비례후보를 사는 과거의 악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옛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에서는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무려 50억원이 차입금 형태로 오갔다니 정치권은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현기환 전 의원은 이른바 친박의 핵심으로 공천 과정에서 주도적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져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선에 미칠 영향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사건이 공개된 뒤 박근혜 의원은 “서로 주장을 달리하고 어긋나니까 검찰에서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탓이긴 하겠으나, 총선 전 “공천과 관련해 불법이 발생한다면 즉각 후보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며 강한 쇄신 의지를 드러낼 때에 비해 매우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다. 박 의원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과연 검찰이 철저히 파헤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새누리당 당사 압수수색이 필요해 보이지만 움직임이 굼뜨다. 이러다 사실상 증거물을 폐기하도록 방조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재판이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혹시라도 ‘미래권력 줄서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정도대로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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