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문이다. 독도가 국제법적, 역사적, 지리적으로 엄연한 우리나라 땅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역대 대통령들은 독도를 방문하지 않았다. 다른 대통령들은 일본의 반발을 두려워했고, 이 대통령만 용기가 있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른 대통령들은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 대통령만 우리 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독도 문제에 대해 ‘조용한 외교’ 정책을 일관되게 취해왔다. 우리가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절대적 유리함에서 나온 정책이다. 내 손안에 물건이 있는데 굳이 이 물건이 내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그럼 진위를 가려보자’는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는 중국과 일본이 다투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와 관련해 일본이 취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물론 실효지배를 하고 있다고 해서 상대의 도발에 대해 전혀 대응을 하지 않는 게 조용한 외교는 아니다. 상대의 도발엔 그에 비례해 단호하게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의 도발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고 하기엔 상징성과 강도가 너무 세다. 정책전환이라고 하기엔 너무 돌발적이다. 일본이 올해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임을 명기하고, 새로 우리 외교백서의 독도 영토 표기에 항의했다고는 하나 이 정도는 두 나라 간의 의례적인 외교행위 수준을 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취임 초부터 ‘친일’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본에 대해 관대한 자세를 취해왔는데, 일본 쪽이 교과서 왜곡, 일본군 위안부, 독도 문제 등 어느 것 하나도 양보와 성의도 보이지 않은 데 대한 누적된 불만의 표출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 나오는 주장처럼, 친인척 비리와 실정으로 임기 말 권력누수에 빠진 이 대통령이 곤경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국민의 감정적 호응이 큰 일본 문제를 활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광복절과 런던올림픽 한-일 축구 대결을 코앞에 둔 시점을 택한 것을 보면, 국내 여론을 강하게 의식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는 당분간 찬바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정부는 당장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를 하는 동시에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김영삼 대통령 때의 ‘버르장머리’ 발언과 노무현 대통령 때의 ‘각박한 외교전쟁’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독도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역사 문제는 매우 중요하지만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도 없고 한-일 관계의 전부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서로 절제와 냉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돌발적이거나 감정적인 행동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과거사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협력도 하지 못한다는 자세가 아니라면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명분이 옳더라도 정책이 갑자기 왔다갔다하거나, 깜짝 정치쇼를 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문제 해결에 득이 될 게 없다. 일본도 이번 일의 근본 원인이 과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에 있고, 과거사 문제 해결 없인 한-일 간 전면 협력이 어렵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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