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마트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감시하고 사생활을 캐는 등 불법적 행위를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대에 뒤처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려고 노동자를 일상적으로 탄압·감시하다 들통이 난 것이다. 우리나라 대형마트 업계 1위의 대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분노를 넘어 허탈할 지경이다.
민주통합당의 노웅래·장하나 의원이 공개한 이마트 내부 자료를 보면, 회사가 2년여 전부터 조직적으로 진행해온 노동탄압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2012년 10월 노조를 설립했다가 해고된 전수찬 위원장을 포함한 34명을 ‘MJ(문제) 인물’로 분류하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연인관계나 술자리, 취미생활, 친인척 관계 등 명백한 사생활까지 감시 대상이 됐고, 회사 쪽은 이런 감시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노무 담당자들끼리 공유했다. 1만5000여명 직원의 이메일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결혼기념일 등을 이용해 몰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가입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2011년 9월 경북 구미점에선 민주노총이 발행한 ‘노동자 권리찾기’ 안내수첩 1권이 사무실에서 발견되자 직원 면담, 컴퓨터 조회, 시시티브이 확인 등을 통해 수첩 주인을 색출하는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특히 이마트는 구미점의 협력사원 647명 모두를 상대로 민주노총 가입 여부를 확인했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이마트의 이런 행위는 뿌리 깊은 반노조, 반노동 시각에서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마트의 노무 담당자는 내부 문건에서 전수찬 위원장 등을 “저희의 최대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향후 이들이 세력을 결집하면 징계나 해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 설립 이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 설립 자체를 무산시킬 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운 사실도 드러났다. 이렇게 무자비한 반노조 방침 아래서 노조가 버텨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2012년 10월 조합원 3명으로 출범한 이마트 노조는 현재 2명이 해고됐고, 1명은 강등된 상태다.
이마트의 노동탄압·감시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을 말살하는 부당노동행위다. 인간의 자유권과 인격권에 대한 침해행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마트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일부 직원의 과잉대응으로 치부하며 면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이런 볼썽사나운 자세로는 국민의 신뢰를 손톱만큼도 받을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당장 이마트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검찰·경찰도 수사에 착수해 불법행위의 실상과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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