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을 총체적 파국으로 몰고 온 김재철 사장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게 됐다. 문화방송의 관리감독 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김문환)는 26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문화방송의 정상화를 위해선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김 사장 해임안이 이사회에 상정되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그동안의 세 번은 모두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안한 것이었으나 이번은 여야 추천 이사들이 공동으로 발의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이사 중 6명(여당 추천 3명, 야당 추천 3명)이 참여한 만큼, 청와대의 개입이 없는 한 해임이 확실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 추천 이사까지 해임안 상정에 참여한 것은 김 사장이 자초한 일이다. 김 사장은 22일 저녁 관리감독 기관인 이사회와 전혀 사전협의도 하지 않고 지역 계열사 및 자회사 임원 내정자 20여명의 명단을 전격 발표했다. 이에 발끈한 방문진이 다음날 긴급이사회를 열어 해임안을 상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해임안은 오히려 여당 쪽 이사들이 주도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그동안 이명박 정권 때 권력 핵심의 신임을 등에 업고 안하무인의 태도로 이사회를 대해오다 수차례 이사회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방문진 규정조차 무시한 친위 인사안을 밀어붙이려다 여당 쪽 이사들의 인내심마저 무너뜨린 것이다.
여당 쪽 이사들이 그동안 보여준 권력 지향적 행태 때문에, 해임안이 처리될 때까지 무슨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는 의구심도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해임안을 주도한 여당 쪽 이사들이 스스로 태도를 번복하기에는 정황상이나 논리적으로 쉽지 않다. 태도를 바꾼다면, 바로 정치 개입 논란과 함께 방송 민주화를 원하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청와대나 정치권도 이런 점을 고려해 자중자애해야 한다.
‘김재철 파동’ 5년의 가장 큰 교훈은 한국방송, 문화방송 등 공영방송이 더 이상 정치권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김재철 해임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누가 후임 사장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정치로부터 독립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돼야 한다.
여야는 22일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국회 안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논의할 방송공정성 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야는 ‘공정성 특위’를 활발하게 가동해, 다시는 김재철과 같은 ‘해바라기 사장’이 나오지 않는 방송 지배구조를 세우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인기기사>
■ “안철수가 호남의 적자는 아니지만 호남의 사위 아닌가”
■ 김한길 당대표 출마선언…“안철수 껴안아야”
■ 야자 때 여친 만나는 장발장? 서글픈 ‘레스쿨제라블’
■ 류현진, 시범경기 2승…7이닝 2실점 역투
■ [화보] ‘600년만의 만남’ 두 교황 기도하며…
■ “안철수가 호남의 적자는 아니지만 호남의 사위 아닌가”
■ 김한길 당대표 출마선언…“안철수 껴안아야”
■ 야자 때 여친 만나는 장발장? 서글픈 ‘레스쿨제라블’
■ 류현진, 시범경기 2승…7이닝 2실점 역투
■ [화보] ‘600년만의 만남’ 두 교황 기도하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