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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진주의료원 사태, 정부는 손 놓고 있을 건가

등록 2013-04-03 19:10

진주의료원이 결국 어제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모든 진료행위가 중단되니 나가 달라고 환자들에게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이에 맞서 6일에는 ‘희망버스’를 닮은 ‘생명버스’가 진주로 출발한다. 이 문제는 이제 진주나 경남 차원을 벗어나 전국적인 쟁점이 돼버렸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힌 게 2월26일인데, 복지부는 한달이나 지나서야 “재고해 달라”는 공문 한 장 달랑 보낸 게 전부다. 경남도가 이 권고를 무시하고 폐업을 강행하는데도 복지부는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대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을 만큼 한가한 사안이 아니다. 의료원에는 아직도 환자 49명이 남아 있다. 이들은 대개 산소호흡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거나, 다른 병원에 입원할 형편이 못 되는 환자들이다. 이들의 등을 떼미는 건 곧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진주의료원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향후 공공의료 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란 점에서 단순히 지역 의료기관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지방의료원·지역거점 공공병원 활성화’를 약속했다. 진영 복지부 장관도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해 지역 내 거점병원으로 육성하겠다”고까지 밝혔다. 그런데도 진주의료원 폐업을 방치한다면 이 약속은 믿을 수 없게 된다. 이미 강원도의 5개 의료원을 비롯해 적자를 보고 있는 다른 의료원들도 진주의료원의 향배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가까스로 연명하는 공공의료의 숨통을 끊느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느냐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처음 맞닥뜨린 대형 사회갈등이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공공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시민 사이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열린 자세로 대화하고 타협하며 갈등을 관리하느냐이다. 이명박 정부 때 쇠고기 문제 갈등을 키워 촛불로까지 번지도록 한 게 가장 나쁜 선례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사태를 처리하면서 전 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

그나마 새누리당 의원들이 중재 노력을 시작한 건 다행이다. 민심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부도 의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해법을 찾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들은 진주의료원 문제를 보며 박근혜 정부의 향후 5년이 어떨지 미리 평가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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