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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초연금은 파기하고 무상보육은 떠넘기나

등록 2013-09-25 18:44수정 2013-10-01 15:43

정부가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지방자치단체들이 요구한 수준의 절반인 10%포인트 인상하겠다고 한다. 당장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보편복지에 따른 재정 부담을 지방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공약을 파기한 정부가 철석같이 약속한 무상보육 공약마저 책임을 지자체에 미루고 나 몰라라 하는 꼴이다. 올해 걸음마를 뗀 전면 무상보육이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고보조율을 20%포인트 올려야 한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개정안에선 국고보조 비율을 서울 40%, 지방 70%로 규정했다. 서울 20%, 지방 50%에 그치는 지금의 국고보조율로는 지방정부가 감당할 수 없다며 20%포인트 인상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재정난에 시달리는데 복지 수요는 늘어나니 지방정부로서는 당연한 요구였다. 그런데 정부가 이 개정안을 없던 일로 치고 이제 와서 10%포인트만 올리겠다니 지방정부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처럼 법률로 국고 보조율을 명시하는 대신, 시행령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시행령은 법률과 달리 정부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 재정 형편에 따라 고무줄처럼 보조율을 적용하면 어떻게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국고보조율이 낮고, 전면무상보육으로 수급대상은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진 서울시는 올해 부족분을 2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빚으로 메웠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게 뻔하다.

취득세 인하 등으로 지방 재정은 무척 어렵다. 정부는 지방소비세 전환 등으로 보전하겠다고 하지만 돈 쓸 곳이 느는 데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재정 보전 규모가 연평균 7조원 이상 돼야 지속가능성이 보장되지만 정부안에 따른 보전액은 연평균 5조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맞추듯 지방살림을 할 수는 없으니 이대로 가다간 지방재정이 파탄 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자체와 상당한 의견교환을 거쳐서 만든 지방재정 건전화 방안’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장들은 사전 협의는커녕 사실상 통고를 받았다고 불통의 높은 벽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눈가림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지자체에 천수답 경영을 강요할 게 아니라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영유아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박 대통령은 ‘조변석개 정치인’인가 [한겨레캐스트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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