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도덕성 의혹에 대해 제대로 소명을 하지 못했다. 문 후보자는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청문회를 하루 연장했는데도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 자신이 사적으로 쓴 것이 밝혀지면 그만두겠다고 말한 만큼 물러나는 게 도리다.
문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최근 몇 년간 규정을 위반한 법인카드 사용 사례가 400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에는 휴가 때 쓴 것도 있고 가족의 생일날 호텔 식당 등에서 쓴 것도 있는데 문 후보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거나 실수를 사과드린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초등학생 아들의 증여세 111만원을 후보자 지명 직후에 납부했다는 것 역시 도덕성 면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리게 만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문 후보자가 보편복지라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문 후보자의 복지철학은 선 재정안정화, 후 사각지대의 단계적인 개혁이라는 개발시대의 논리에 머물러 있다. 복지부 장관은 재원 조달보다도 소득 재분배와 사회 통합에 역점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재정 건전성은 복지부 장관이 아니라도 걱정할 데가 많기 때문이다. 빈곤과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노력해야 할 복지부 장관이 재정 건전성을 앞세우고 선별적 복지를 선호한다면 복지국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고 사적 연금을 활성화할 것을 주장하는 데서 복지에 역행하는 문 후보자의 인식이 드러난다. 그는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올리고 보험료 또한 올리자는 입장이며,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반대한다. 후세대 부담을 이유로 들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주의적 관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민간연금에 수천만원을 예치해두고 있다는 문 후보자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외에는 뚜렷한 노후보장 소득이 없는 계층의 어려움을 제대로 보살피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초연금 재원으로 소득 역진적인 부가세를 거론한 것도 형평을 우선시해야 할 복지부 장관으로서 결격 사유다.
경제발전 정도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복지 수준으로 인해 저소득 노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에 따라 복지 확대가 시대적 요구로 등장한 만큼 복지부 장관의 소임이 막중하다. 제대로 된 복지장관이 되려면 영리병원 허용 등 껄끄러운 문제에 대해 소신과 다른 답변으로 청문회를 피해 가는 대신 분명한 복지철학을 보여야 했다. 문 후보에게는 그런 철학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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