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23일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이후 관련국들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자칫하면 군사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각국은 긴장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기 바란다.
미국이 26일 중국에 미리 통보하지 않은 채 동중국해 상공으로 B-52 전략폭격기 2대를 비행시킨 것은 사태의 엄중함을 잘 보여준다.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의 효력을 부인하기 위한 조처다. 중국이 이런 움직임에 정면대응한다면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일본 정부 역시 중국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국 방공식별구역 안에는 일본이 주일미군에 제공한 훈련구역과 폭격장 등 3곳이 포함돼 있어 앞으로도 미군기가 들락날락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미국과 일본은 이 방공식별구역 안에 미군의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를 투입하려 한다.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문제가 많다. 관련국들이 이를 도발 행위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의도를 따져보지 않고 ‘눈에는 눈’이라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는 두 가지 성격이 섞여 있다. 하나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변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영유권 문제는 중국과 일본의 주장이 치열하게 맞서는 상황이어서 당장 접점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두 나라는 지금처럼 이웃나라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정면대결 방식이 아니라 평화적인 논의 틀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기존 방공식별구역의 재조정 문제는 관련국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대화를 통해 풀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해 합의한 신형대국관계 수립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신형대국관계는 두 나라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핵심적 이익을 존중하자는 내용이다. 실제로 미국이 냉전 초기에 동중국해에 설정해 지금까지 유지돼온 방공식별구역은 중국이 보기에 불합리하다고 할 내용이 없지 않다.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서해와 남해에서도 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현재 갈등의 주된 주체가 중국과 미국·일본인 만큼 이들 사이의 대화가 시급하지만 우리나라도 국외자가 돼선 안 된다. 직접 관련된 이어도 문제 등에 국한하지 않고 전반적인 대화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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