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이 17일로 9일째다. 4년 전의 8일 파업 기록을 깬 최장기 파업이지만,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철도 운행을 담당하는 핵심 인력인 기관사들이 파업에 적극 가담하면서 파업 사태가 훨씬 길어질 조짐마저 보인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파업 이후 크고 작은 사고가 나더니, 15일 밤에는 끝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80대 할머니가 전동차에서 내리던 중 문이 닫히면서 몸이 끼인 채 끌려가다 머리를 부딪힌 것이다. 코레일 쪽은 사고 열차에 탄 승무원이 규정을 지킨 만큼 사고 원인은 경찰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열차 운행 횟수를 줄이더라도 경험이 부족한 대체인력을 투입하지 않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라는 점에서 회사 쪽이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파업이 지속된다면 이런 안전사고는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파업이 시작된 9일 이후 14일까지 정식으로 접수된 수도권 전철 고장 건수만 13건이라고 한다.
시민들의 불편도 가중될 것이다. 16일부터 서울 지하철 3호선 운행 횟수는 15% 감축됐다. 서울시는 파업이 15일 이상 계속되면 열차 운행이 평시보다 7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혹한이 몰아치고 있는 한겨울 출퇴근 길에 시민들이 발을 동동거리는 장면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정부와 코레일 쪽의 대책은 문제를 푸는 쪽이 아니라 강경 일변도로만 치닫고 있다. 대검찰청 공안부가 16일 공안대책협의회를 열고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 파업 핵심 주동자 10명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게 대표적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미 대법원은 이런 경우에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남긴 바 있다. 노조 지도부가 겁먹을 이유가 없고, 이런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파업의 핵심 쟁점은 철도 민영화 여부다. 정부 쪽은 경쟁체제를 도입하지만 철도를 민영화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조 쪽은 돈벌이 되는 노선인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재벌과 외국자본에 넘길 게 뻔하다고 보고 있다. 양쪽의 불신이 깊은 만큼 제3자의 조정과 중재가 필요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미 철도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상황이 엄중한 만큼 누가 제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부와 코레일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양보와 타협의 접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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