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기초연금’ 제도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5조2000억원의 기초연금 예산이 통과됐지만, 기초연금법은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국가 정책은 법안이 먼저 통과되고 예산이 뒤따르는 법인데, 기초연금은 거꾸로 예산은 준비됐는데 법안이 확정되지 않은 기형적인 상황이다. 통상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하위 법령 및 전산시스템 정비 등 관련 업무를 준비하려면 6개월가량이 걸린다. 7월 시행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늦어도 2월 국회에서는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제출한 법안이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안은 65살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주는 차등지급 방식이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역차별을 받는 구조다. 나라에서 권장하는 제도를 믿고 따랐던 국민이 불이익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가 얼마 전 연금전문가를 상대로 조사한 걸 봐도, 전문가 10명 중 7명은 기초연금안을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역시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역차별(83.0%)이 가장 높았고, 국민연금 장기가입 유인 약화로 노후불안(81.1%), 미래세대의 공적연금 삭감(75.5%) 등의 차례였다.
보건복지부조차 지난 8월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에서 “가입기간 10년 미만의 지역가입자들은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를 중단하고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죽했으면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국민연금 가입자 100만명이 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까지 말했겠는가.
게다가 국민연금조차 불안하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늦어도 2059년에 고갈될 전망이다. 평균수명이 빠르게 길어지고 있어 고갈 시점은 앞당겨질 수 있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이 있다고 적게 받고, 국민연금은 고갈돼 못 받는다면 이중의 억울함을 당하는 셈이다.
이런 정부안을 그대로 실행할 수는 없다. 문제를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 한번 확정되면 바꾸기 어려운 복지정책의 특성을 고려해서라도 좀더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기초연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게다가 6월엔 지방선거가 있다. 7월 기초연금 지급이 무산된 채 선거를 치르기는 여야 모두 부담스러울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졸속처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여야는 당장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문제투성이인 기초연금 법안을 손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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