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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 모녀의 비극은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

등록 2014-02-28 18:49수정 2014-03-03 23:53

26일 저녁 서울 송파구 반지하방에서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이 번개탄 연기와 함께 마지막 길을 떠났다. 세 모녀는 하얀 편지봉투 겉면에 유서를 남겼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고 그 속에 5만원짜리 14장을 넣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인데도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한 고운 심성이 느껴진다. 그 선량함이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연방 ‘죄송하다’고 했지만, 정작 죄송스러운 건 남은 우리들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며, 유럽의 자살률이 낮은 국가에 비하면 10배나 높다. 끼니를 걱정하고, 아파도 병원에 못 가고, 치솟는 전월세 값에 시름이 깊어지다 끝내 생을 거둬들이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 개인의 실패와 불행은 오로지 그 사람에게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12년 전 방광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큰딸이 앓는 당뇨와 고혈압도, 어머니가 넘어져 오른팔을 다친 것도 모두 세 모녀가 짊어지고 가야 했다.

이들의 시신이 싸늘하게 식고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으로 국민소득 4만달러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선 때 내걸었던 복지 공약과 국민행복시대란 구호는 이제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경제성장으로 모든 문제가 풀릴 거라고 보는 건 환상이다. 아니 오히려 성장 만능주의로 치닫는 경제가 사회의 발목을 잡고 뒤틀린 사회구조가 경제의 뒷덜미를 낚아채는 악순환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굳이 이런 경제적 접근이 아니더라도, 살려 달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조용히 번개탄의 불을 피우는 우리의 이웃이 있는 한 우리가 어찌 행복할 수 있겠는가.

세 모녀의 비극에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나마 있는 복지제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딸의 경우 차상위계층을 신청하면 최소한의 의료급여는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공무원이 빈곤층의 살림살이까지 다 파악해 대신 신청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래도 정부가 현재의 제도에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려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부정수급 환수자만 눈에 불을 켜고 찾을 뿐, 복지의 사각지대는 애써 눈을 감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배고프지 않고, 아프면 치료받고, 몸을 누일 최소한의 거주 공간을 확보하는 건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다. 국가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국가가 주어진 의무를 하루빨리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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