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패륜시대, 위험수위 넘어섰다 |
어미 등에 업혀 길가던 아기를 강탈한 것도 모자라 그 어미를 살해한 패륜 앞에서 할말을 잊는다. “내 아이를 돌려달라”고 애원하다 목이 졸려 끝내 숨을 거둔 그 어미의 하늘을 찌르는 한과 절규가 귓전을 때린다.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동기가 더욱 가슴을 친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인들 못하랴!” 시대를 지배하는 물신의 유혹은 강렬했다. 거리낌없이 ‘핏덩어리’ 아이를 하나 구해 줄 것을 부탁한 것도, 그 부탁을 주저 없이 받아들인 것도 사람이 사는 세태가 아니다. 물신의 시대는 사람 목숨의 존엄성을 포기하라고 끊임없이 부추기고 있는 듯하다. 시대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 파탄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인간의 가치를 저버린 시대의 ‘빨간등’인 셈이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물신시대의 칼날이 자신의 목을 겨누는 칼날이 되고 있음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직업윤리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통제의 필요성도 새삼 제기된다. 이른바 ‘심부름센터’는 그 역사가 오래지 않은 신종 서비스업종이다. 끊임없이 이윤을 노리는 현대 자본주의가 톱니바퀴 신세로 떨어진 현대인을 겨냥해 만들어낸 ‘특허품’인 것이다. 고단한 현대인의 수고를 덜어주는 순수한 기능을 갖고 태어난 셈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셈법은 때때로 불법도 마다지 않게 마련이다. 그동안 채권 해결, 사생활 추적, 납치 등 불법으로 종종 말썽을 일으킨 바 있다. 당국의 관리·감독 손길이 미치지 않은 탓임은 물론이다. 심부름센터의 빗나간 영업행태에 대한 당국의 면밀한 점검이 뒤따라야겠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했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 조건은 사람이 사람을 서로 존중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이다. 물신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되는 시대, 생명과 자연에 대한 성찰이 어느 때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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