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예정됐던 세월호 특별법 처리도 무산됐다. 여야 모두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교착상태에 빠진 ‘특별법 정국’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세월호 참사 4개월이 다 되도록 진상규명을 위한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날 새누리당 의총에선 강경론이 대세였다고 한다. 야당이 합의를 파기했으므로 재협상에 응하지 말라는 요구다. 물론 ‘세월호 특별법 전투’에서 여당은 승리했고, 야당은 패배했다. 여당은 협상에서 수사권·기소권·특검추천권 등 ‘3대 핵심쟁점’을 모조리 따낸 데 이어 야당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추가골’까지 넣었다. 결과만 보면 여당이 축배를 들며 승리에 도취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여당 한쪽에선 지금 상황을 은근히 즐기는 듯한 분위기도 엿보인다.
하지만 정치는 상대를 때려눕히면 되는 권투가 아니다. 오히려 정해진 세트의 게임을 다 소화해내고 종합득점을 따지는 테니스와 비슷하다. 테니스를 권투처럼 하면 정치는 실종되고 만다. 야당이 넘어지면 손잡아 일으켜세우고 다시 경쟁하는 게 여당다운 모습이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야당과 짊어진 책임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때론 야당을 다독이고 양보도 하면서 정치를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협상을 잘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곤궁한 처지에 몰린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도와 정치를 복원할 때 비로소 ‘통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다. 김무성 대표도 지난해 ‘철도파업 국면’에서 내보인 정치력을 다시 내보일 좋은 기회다. 박근혜 대통령도 어려운 처지의 야당에 손을 내밀면 ‘불통’ 이미지를 씻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혹시 시간을 질질 끌다가 김이 빠지면 무슨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큰 문제다. 특별법이 풀리지 않으면 다른 법안들도 빛을 볼 수 없는 형편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여당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겉으론 이겼지만 속으로 멍들고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전쟁에서 패할 수도 있는 게 세상 이치라는 걸 알아야 한다.
야당은 협상 파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는 것으로 때우려 해선 안 된다. 어째서 협상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여당과 성의를 다해 대화해야 한다. 공을 여당으로 넘겼으니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면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것이다.
이슈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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