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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모두 ‘집필 거부’하니 ‘뉴라이트 교과서’ 만들 건가

등록 2015-10-15 18:58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학계의 반대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연세대 사학과 교수 전원이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을 한 데 이어 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한국교원대, 서울여대 교수들도 잇따라 집필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집필 거부 선언에 참여한 학자들의 정치적 성향은 각자 다르다. 그러나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정부의 그릇된 행태에 대한 거부감은 한결같다.

학자들이 내놓은 선언문 내용은 하나같이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이다. “한국 사회가 이룩한 제도적 성취와 국제적 상식을 부정하는 행위” “특정 역사관을 청소년에게 주입하려는 국정교과서는 역사교육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만행” “자신의 역사를 따뜻하지만 비판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21세기 한국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지름길”…. 학자들의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는 또한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처신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대다수 학자들이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국정교과서 필진은 결국 뉴라이트 계열 소수 학자들에 국한될 가능성이 커졌다. 진보와 보수의 균형은 고사하고 학자적 양심과 학문적 수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편향적 학자들이 만드는 교과서의 수준이 어떨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집필자 후보군으로 떠오른 학자들의 면면을 볼 때, 일제강점기를 미화하고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찬양 일색으로 ‘채택률 0%’의 굴욕을 당한 교학사 교과서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총대를 메고 나선 황우여 교육부 장관, 김재춘 교육부 차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등은 과거에 한결같이 국정화에 반대했던 사람들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경우 1973년 유신 시절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이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획일적인 역사란 있을 수 없다. … 과학의 발달에 따라, 사료의 개발에 따라 역사 내용 자체도 달라질 수 있는 마당에 다양성을 말살하고 획일성만을 찾으려는 것은 위험하다. … 소수 저자만에 의한 교과서는 독단에 빠지게 될 위험이 있으며 자유경쟁에 의한 오류의 보완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금 학계에서 나오는 선언문 내용과 너무나 똑같다. 이들에게 당부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강변하기에 앞서 자신의 양심과 소신을 뒤집은 것에 대한 설명부터 한번 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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