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수소탄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2006년, 2009년, 2013년에 이은 4번째 핵실험이다. 구체적인 핵실험 조짐이 감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평화를 위협하고 국제 질서에 정면 도전하는 도발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될 수 없다. 북한은 핵실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적대세력들의 날로 가중되는 핵위협과 공갈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철저히 수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북한의 새 핵실험 자체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과 공갈이다. 북한은 또 자신이 ‘미국의 핵전쟁 기도를 분쇄하고 한반도와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려고 노력을 다하는 진정한 평화애호국가’라고 주장했다. 이 또한 말 장난일 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한반도·동북아의 진정한 평화는 이뤄질 수 없다.
합리화될 수 없는 도발
이번 핵실험은 김정은 정권의 예측불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핵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문제’를 강조했다. 3차 핵실험 이후 냉랭했던 중국과의 관계도 지난해 10월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개선되는 중이었다. 남북 사이에도 지난해 8·25 합의가 이뤄져 제한적이나마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12월10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 보도가 있었으나 주된 흐름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북한이 5월의 노동당 7차 대회 이후 대외관계 개선 노력을 강화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시각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본심을 숨긴 채 다른 모습을 내보이고 있었던 사실이 이번 핵실험으로 드러났다. 김정은 정권의 이런 행태 자체가 다른 나라에 대한 위협 요인이 된다.
이번 핵실험의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우선 국제사회의 추가제재가 불가피하다. 북한은 이미 3차례의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비롯해 이를 바탕으로 한 각국의 다양한 조처 등 여러 겹의 제재를 받고 있다. 그 와중에도 북-중 교역이 꾸준히 이뤄져 북한 경제의 숨통이 트여 있었으나 이제 중국 또한 제재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적잖다. 아마 핵 문제 등에서 나름대로 균형 있는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온 중국이 느낄 배신감은 다른 나라보다 클 것이다. 북한 당국이 ‘소형화한 수소탄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해명했다’고 공언한 것도 관련국의 일정한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 북한은 최근 핵 능력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함께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북한 당국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소형화한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실어 멀리까지 쏘아 보낼 수 있다. 이는 미국·일본 등 북한과 관련한 나라의 위기감을 키울 것이다.
남북 관계도 냉각될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가 8·25 합의 이후에도 별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12월12일 열린 첫 남북 당국회담도 다음 회담 날짜조차 잡지 못한 채 결렬된 바 있다. 그렇더라도 남북 사이의 긴장은 이전에 비해 낮아졌으며 새해에는 관계가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제 대북 제재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 남북 관계는 종속변수가 돼버릴 가능성이 크다. 해마다 봄에 벌어지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가장 중요한 건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성명에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태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나름대로 밝힌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국제사회와의 대결을 피하려면 핵 포기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이 성명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핵개발 중단이나 핵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한 것은 큰 잘못이다. 핵 포기 조건을 둘러싼 협상은 필요하다. 그래서 6자회담 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협상은 시작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핵을 고집하는 한 국제사회의 협력은 얻을 수가 없다.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거꾸로 된 길을 가고 있음을 지구촌에 여실히 드러냈다.
잘 조율된 국제사회 대응을
국제사회의 대북 대응에서는 잘 조율된 공조가 중요하다. 너무 가볍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대처가 요구된다. 너무 가벼우면 북한은 국제사회가 핵보유국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할 것이고, 너무 지나치면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사태가 급격히 악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북한이 스스로 핵 보유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깨닫고 결단을 내리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우리 정부가 이번 핵실험의 징조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 알고도 어쩔 수 없는 것과 아예 모른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북한은 대략 3년마다 핵실험을 되풀이하고 있다. 기존 접근방식이 별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을 바꿀 방안에 대해서도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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