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국민의당 공천도 구태를 벗지 못했다. 공천 갈등으로 몸싸움과 욕설, 고성이 오가는 난장판이 이어졌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핵심 측근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주려고 공천 발표 직전에 당규를 바꾸기도 했다.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의당이 이 지경에 빠진 것은 원칙을 쉽게 내팽개치고 당 지도부의 편의에 맞춰 공천을 했기 때문이다. 광주 등에서 실시한 숙의배심원단 경선만 해도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였지만,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갈등만 빚었다. 버젓이 1·2위 후보의 결선투표까지 실시해 놓고서 ‘셈법을 바꾸면 결선투표 없이도 1위 후보가 이긴 것’이라며 애초 결정을 번복해 개표를 취소했다. 상대 후보 쪽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폭력 사태까지 빚어졌다.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뽑혔다가 과거 여당 경력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교체당한 후보는 당사 앞에 도끼를 놓고 농성을 벌였다. 애초 경선 지역으로 발표했다가 갑자기 단수 전략공천 지역으로 바꾼 일도 있고, 경선 여론조사가 편파적으로 벌어졌다며 당 회의장으로 밀고 들어온 후보도 있다. 몸싸움을 벌이고, 바닥에 드러눕고, 삿대질과 욕설이 오가는 아수라장은 이런 무원칙의 당연한 귀결이다.
비례대표 공천에도 편법이 횡행했다. 국민의당 당규 제48조는 ‘공천관리위원으로 참여한 자는 그 선거의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었다.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 등은 비례대표 신청 직전에 공천관리위원을 사퇴했으니 당규에 따라 공천을 받을 수 없었다. 공천 발표 전날까지도 그런 방침이었는데, 공천 당일 갑자기 당규 제48조를 삭제해 당선 가능권에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기존 거대 정당 권력자의 전횡과 다를 바 없는 ‘측근 챙기기’다. 비례대표 선정에선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안철수-천정배 두 공동대표의 줄다리기도 치열했다고 한다. 나눠먹기식 순번은 담판의 결과이겠다. 그런 모습 어디에서도 새로운 정치의 희망은 찾을 수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