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에 대해 “우려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우려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지역”이라고 주장하고,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말했다. 사실관계도 어긋나고 눈앞의 현실도 외면하는 터무니없는 발언이다.
우선, 사드를 배치해도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농작물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주장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말이다. 국방부는 사드의 고출력 레이더 위험반경을 100m로 잡고 이 거리만 벗어나면 안전지대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 육군 교범을 보면, 100m 구역부터 3.6㎞까지를 ‘통제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금지 구역’으로, 3.6㎞ 이후 지역을 ‘안전지대’로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사드 배치 터로 확정된 경북 성주의 경우 반경 3.6㎞ ‘출입금지 구역’ 안에 주민들의 주택과 농경지, 군청, 읍사무소, 보건소 등 각종 시설이 밀집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려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는 엉뚱한 주장이 어떻게 대통령 입에서 나올 수 있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인식 구조를 우려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다양한 반응과 주장을 “불필요한 논쟁”으로 몰아세운 것은 박 대통령의 독선과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방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드 배치 지역 확정 발표로 서울 등 수도권이 방공 범위에서 제외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드 배치의 적절성을 둘러싼 비판론이 더욱 거세게 분출하고 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친위대인 대구·경북 지역 친박계 의원들이 단체로 성명을 내어 “선정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밝히라”고 나선 실정이다. 논쟁을 멈추는 것은 옳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것을 왜 박 대통령만 모르는지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논쟁을 마무리 짓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동의 절차를 밟는 것이다. 사드 배치가 국회 비준동의 대상인가를 놓고는 찬반양론이 엇갈리기는 한다.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영토와 비용을 제공하는 사안이므로 필요하다는 주장과, 사드 배치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것인 만큼 필요 없다는 정부 주장이 맞선다. 그러나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지위협정이 규정한 대상에 새로운 무기체계(사드 등)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사드 배치 문제가 사실상 국회 비준동의 사안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법적인 문제는 좀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국회가 민의를 수렴해 결론을 도출하는 일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지금의 혼란상을 끝내기 위해서도 비준동의에 버금갈 정도의 확실한 권능을 국회가 행사해야 한다. 국회에 부여된 의무와 책임을 박 대통령이 인정하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 결정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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