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정부가 또 ‘폭력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15일 경북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총리에게 날계란과 생수통을 던진 성주 군민들에 대해 경북경찰청이 대규모 전담반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폭력에 가담한 주민을 색출해 폭력행위처벌법 등으로 엄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행태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 매를 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드 배치에 대한 주민의 반발을 공권력과 법을 앞세워 찍어누르려는 뻔한 수작이다.
성주 군민의 거센 반발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비추어 보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드 배치를 결정해놓고 주민들에게 잠자코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황 총리가 성주 주민 설명회에 참석하러 갔다면 그런 정도의 반발은 예상했어야 한다. 계란이나 물병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감내했어야 할 일이다.
성주 군민의 항의 행위가 25명이나 되는 인원으로 전담반을 꾸려 대대적인 색출 작업을 벌여야 할 일인지도 의문이다. 경북경찰청은 황 총리가 탄 차가 여섯 시간 남짓 움직이지 못한 데 대해 감금 혐의를 적용할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 경찰 내부에서도 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의 수장인 강신명 경찰청장이 “이동로가 저지됐을 뿐이지 감금은 아니었다”고 하지 않는가.
사드 배치는 해당 주민들의 생명과 생업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 사안이다. 주민들이 그 위험성을 걱정하고 배치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가고도 남는 일이다. 정부는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반경 100m 밖에서는 유해하지 않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미국 육군본부의 레이더 운용 교범에는 사드와 같은 고출력 전자파를 방출하는 레이더의 경우 반경 100m 안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구역으로, 100m에서 3.6㎞까지는 비허가자 출입제한 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3.6㎞면 성주읍을 포함한 주요 지역이 해당 범위 안에 들어간다. 성주 군민들은 ‘성주 참외’는 이제 다 끝났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으니 주민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인데도, 자신과는 무관한 일인 양 ‘국민 단합’만 강조하고 있다. 17일에도 박 대통령은 몽골 현지에서 “총리 중심으로 국가안보에 총력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국가안보를 앞세워 사드 배치 반발을 억누르는 모양새다. 아셈 참석차 출국하기 전에도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을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규정했다. 귀를 틀어막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대통령이야말로 국론분열의 장본인이다. 정부는 공권력을 앞세워 반대 목소리를 죽이는 데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사드 배치가 정말로 국익을 위한 것인지 지금이라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슈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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