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다시 정상화하면서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 의혹이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토교통위, 기획재정위 등 상임위를 가리지 않고 비리·특혜 의혹이 연일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만큼 두 재단의 비리가 전방위에 걸쳐 있다는 방증이다.
두 재단의 특혜 의혹을 보면 이 드라마의 총연출자가 누구인지 더욱 선명해진다. 한국관광공사는 미르재단의 핵심인물인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사실상 총괄하는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 사업을 위해 용도에 맞지 않는 관광진흥개발기금 145억원을 끌어다 예산을 26억원에서 171억원으로 껑충 늘렸다. 기획재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 증액을 요청하자 하루 만에 승인했다. 설립 과정 못지않게 재단 활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초스피드·무사통과’ 일색이었다.
정부는 또 ‘2015년 밀라노 엑스포’가 열리기 5개월 전에 갑자기 행사 감독을 차씨로 바꿨다. 그리고 예산을 62억원에서 103억원으로 늘렸다. ‘문화 황태자’로 불리는 차씨가 관여한 사업마다 담당자가 바뀌고, 절차는 무시되고, 예산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권력의 비선 실세 무리에 대한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맹목적인 충성 경쟁이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미르 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 당시 체결한 ‘케이타워 프로젝트’에도 처음부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해각서 내용도 영문본과는 달리 미르를 ‘한류 교류 증진의 주요 주체’로 명시했다. 엘에이치공사 쪽은 “번역 실수”라고 뒤늦게 발뺌하지만, 그 정도 번역은 중학교 이상의 영어 실력만 돼도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전”이라고 강변한다. 청와대 역시 “의도적인 흠집 내기”라느니 “찌라시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따위의 말로 본질을 호도하고 의회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한다. 두 재단의 비리·특혜 의혹을 우격다짐으로 덮어놓고 그사이에 증거 인멸을 하면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착각이다. ‘미르 게이트’는 이미 이 정권의 지축을 뿌리째 흔들어 도덕성과 신뢰성을 산산이 허물기 시작했다. 지진의 강도는 더 강해지고 여진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미르 게이트’를 낱낱이 파헤칠 특별검사 도입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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