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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최순실 딸’ 특혜가 찢어놓은 130년 이대의 명예

등록 2016-10-17 17:34수정 2016-10-17 20:45

이화여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미래라이프대 사태에 이은 최순실씨 딸 관련 의혹의 책임을 물어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19일부터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학교 쪽은 17일 정유라씨 관련 의혹들을 조사할 특별조사위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교수협의회는 ‘너덜너덜해진 자존심을 추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으나 이대 사태는 이미 한 명문 여대의 자존심 문제를 넘어섰다. 대학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진상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캠퍼스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진상 규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대학 쪽은 알아야 한다.

과거 우리 대학들은 정치권력의 탄압 아래서도 양심과 지성의 힘으로 꿋꿋이 버티며 시대를 선도했다. 그러나 ‘시장’과 ‘자본’의 위력 앞에 권력과 타협하면서 그 정신은 흐려졌고, 결국 오늘날 최고권력 비선 실세의 위세에 대학의 ‘근본’마저 유린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씨 딸의 입학과 학사관리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의혹은 그 참담한 민낯인 셈이다. 강의에 출석조차 않는 정씨에게 ‘F학점’을 공언한 교수는 그 말을 지킬 수 없었다. 과제물도 첨부되지 않은 이메일을 받은 교수는 야단은커녕 “늘 건강하시고…행복한 승마 되시길” 바란다며 극존칭 답신을 보냈다. 최씨의 항의 방문 뒤 결국 대학 쪽이 학칙을 개정하고 소급적용까지 했다는 사실은 할 말을 잃게 한다.

한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총장이 나갔으면 하고 땅 팠는데 고구마도 나오고…무령왕릉도 나온다. 경주 왕궁터도 나올 것 같다”고 올렸다는 풍자글은 이번 사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최씨는 재벌의 돈으로 만든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지인을 앉힌 데 이어, 딸의 독일 숙소까지 재단 사람들을 동원해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행자 10여명까지 묵는 방 20개짜리 호텔을 잡았다니 재단 자체가 최씨 모녀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과거 승마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최씨 모녀와 관련된 조직마다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씨에 대한 이대의 특혜 시비는 이런 맥락에서 보면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최경희 총장이 전말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퇴하는 것만이 이화여대의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킬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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