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6일께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그 무엇보다 한 점 남김없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은 어디서 조사하건 시간과 횟수 따위를 한정하지 말고, 모든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박 대통령에게 캐물어 답변을 받아내야 한다. 대질조사나 추가 소환조사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박 대통령의 혐의는 분명하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의 경우, 박 대통령이 모금에서부터 인사·사업까지 모두 관여하고 직접 지시했음이 드러났다. 강제모금의 실행을 맡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고,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두 차례씩 만나 돈을 내라고 요구한 사실 등도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과 최순실씨 사이에서 연결고리에 그친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관여한 공범, 사실상의 주범이다.
뇌물죄 적용도 불가피하다. 정권의 압박으로 만들어져 최순실씨 등의 이권 챙기기 도구로 활용된 두 재단의 설립이 정당성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그런 재단에 돈을 내라고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이 요구하는 과정에는 ‘부정한 청탁’도 오갔다고 봐야 한다. 모금이 이뤄졌을 즈음 기업들은 노동시장 구조개편 법안 등 경제 현안의 처리를 정부·여당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개별 기업마다 검찰 수사, 세무조사, 사면 등 현안이 수두룩했다. 기업들이 돈을 낸 것은 압박 외에 이런 현안의 해결을 기대했기 때문이겠다. 돈을 내면 일이 풀릴 것이라는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노골적으로 대가를 논의한 사례도 있거니와, 대통령 면담 전에 기업들로부터 소원수리를 하는 절차도 있었다고 한다. 대가성이 없다는 주장이 오히려 어색하다. 이쯤 되면 검찰이 박 대통령 등에게 제3자 뇌물죄 등의 적용을 망설일 이유는 없다. 돈을 낸 기업 역시 피해자가 아니라 뇌물 공여자이니, 비공개로 몰래 소환하는 등 편의를 봐주는 것도 보기 흉하다.
연설문과 각종 국가기밀 자료가 최씨에게 유출된 것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이 이미 나와 있다. 공무상 기밀누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처벌 사유가 한둘이 아니다. 최씨 등이 정부와 산하기관, 문화체육계 등의 인사를 쥐락펴락하는 데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주요 수사대상이다. 드러나고 확인된 의혹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몸통이자 주범이다. 앞으로 드러날 혐의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이런 이를 참고인으로만 대한다면 수사는 시늉에 그치게 된다. 당장 기소는 못 하더라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태는 언론이 대부분의 의혹과 증거를 찾아내고 검찰은 수사와 기소의 손만 빌려준 셈이다. 그조차도 제대로 못 한다면 검찰이 설 자리는 없다. 검찰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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