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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사인에게 기밀문서 통째로 넘긴 부적격 대통령

등록 2016-11-21 17:58수정 2016-11-21 19:00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최순실씨에게 유출된 국가 기밀문서 목록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외국 국가원수들과의 정상회담 추진 문건을 비롯해 고위 공직후보자 인선 자료, 국무회의 자료 등 외치와 내치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에 걸쳐 있다. 문건 수로만 무려 180건에 이르고, 그중에는 일반에 공개돼서는 안 될 기밀자료도 47건이나 된다. 최씨한테 아예 국정을 통째로 갖다 바쳤다는 말이 절대 틀리지 않는다.

검찰은 이런 기밀문건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유출됐다”고 밝혔다. 최씨의 도움 없이는 국정운영에서 아무것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무능력자가 박 대통령이었음이 더욱 확연해졌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공과 사의 구분도, 국가 기밀의 중요성도 전혀 안중에 없는 공직 부적격자였음도 똑똑히 드러났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이처럼 명백한데도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비난하며 몽니를 부리는 것은 몰염치의 극치다.

이런 기밀자료들은 최씨한테는 국정 농단과 이권 챙기기의 좋은 도구였을 것이다. 정부 인사에 감 뇌라 배 놔라 개입하면서 계속 자신의 입지를 굳혀왔을 게 분명하다. 자신만이 아는 국가 기밀을 토대로 주변에 위세를 한껏 과시하며 여기저기서 돈을 뜯어왔을 모습도 눈에 선하다.

그러나 최씨의 이권 챙기기는 대통령의 외교 기밀문서 유출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된 것에 비하면 약과일 수 있다. 이제 전세계 사람들은 한국의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일본 총리와 나눈 통화 자료 등 극히 민감한 외교문서들을 일개 민간인에게 넘긴 사실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 국민이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외치를 계속하겠다느니,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느니 하며 고집을 부릴 텐가. 모든 것을 떠나 기밀문서 유출 하나만으로도 박 대통령이 사퇴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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