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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국민 대신 ‘범죄 피의자’에게 봉사하는 장관·수석들

등록 2016-11-22 18:30수정 2016-11-22 19:18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모든 국무위원과 청와대 주요 참모들은 헌정 문란의 방조자이자 방관자들이다. 나라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데는 그들의 책임 또한 크다.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국민 앞에 엎드려 사과해야만 할 처지다. 하지만 이들의 언행을 보면 부끄러움이나 자괴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피의자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비틀린 충성심과 헛된 의리감으로 나라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2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격렬한 항의와 비난이었다.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퇴를 논의하는 게 정당하냐”(이기권 노동부 장관) 따위의 힐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촛불 민심도, 국민의 분노도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금의 국무위원 면면을 볼 때 사실 자발적인 내각 총사퇴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탈세, 위장전입 등 갖가지 도덕성 흠결자들로 채워진 게 지금의 내각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지금은 국무위원들이 최소한의 양식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때다. 당장 법무장관은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옳은지 그른지, 박 대통령의 검찰 수사 거부가 정당한지 아닌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것은 법치주의를 책임진 장관의 당연한 책무다. 그런데 김현웅 법무장관은 엉뚱하게도 ‘최순실 특검법’에 대해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가지면 정치적 편향성이 있을 수 있다”는 따위의 지적이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으로 낯뜨거운 말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박 대통령 개인을 위한 ‘변론 지원 기관’으로 전락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검찰 중간수사결과 반박 자료를 만드는 데 민정수석실이 지원해준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대통령의 공적인 업무를 지원하는 공조직인지, 아니면 피의자를 변호하는 사설 변호사 사무실인지 도무지 분간할 길이 없다.

헌법 제7조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공무원은 대통령에 대한 봉사자가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다. 그리고 지금 국민은 한결같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국무위원들과 청와대 참모들은 그런 국민의 뜻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직언과 진언을 마지막이라도 해야 옳다. 그리고 자신들도 자리에서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국무위원들은 거꾸로 박 대통령의 ‘청와대 농성’에 가담해 ‘동조농성’이나 벌이기 시작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한국사 국정 교과서 강행 등 때아닌 국정 폭주마저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피의자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의리를 지키느라 국민을 배신하고 스스로 공범의 길로 접어들었다. 과연 지금의 내각을 촛불 민심이 그대로 용인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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