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밝히는 것은 결코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키자는 게 아니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동안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는 제구실을 못한 채 어이없는 대처로 300명이 넘는 귀중한 인명의 희생을 초래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사태 수습을 지휘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대통령이 무얼 하고 있었는지 밝히는 것은 당시의 대처를 반성하고 국가 기능의 정상화를 모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한겨레>가 최근 공개한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과 청와대의 통화 내용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청와대가 해경의 보고를 통해 세월호의 상태를 시시각각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에서 유선·서면 보고를 계속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5시 넘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난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든가”라는 엉뚱한 발언을 했다. 이는 무언가의 이유로, 대통령이 보고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대통령에 대한 일부 의료 시술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만성피로 전문가로 알려진 차움병원 의사 김상만씨는 최순득씨 진료기록부에 처방을 적고 영양주사제를 청와대로 갖고 가 대통령에게 놔준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나중에 영양주사제를 대량 구매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대통령이 무언가 약물주사를 맞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간다.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 김영재씨는 최순실씨한테 3년간 136차례나 피부미용 시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일부 시술은 박 대통령에게 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골프를 하러 갔다고 해명했지만, 당일 프로포폴 1병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장모에게 처방했다고 말을 바꿨다. 또 매주 수요일은 휴진했다고 했지만, 수요일에 수많은 프로포폴을 쓴 기록도 드러났다.
청와대는 ‘굿을 했다’거나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그것뿐이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입을 닫거나 답변을 얼버무리고 있다. 국민의 피로도만 계속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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