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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국민 노후자금 손댄 삼성 합병은 ‘정경유착 끝판왕’

등록 2016-11-29 18:23수정 2016-11-29 19:00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해 ‘삼성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과정을 직접 지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겨레>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안 전 수석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지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이 깊숙이 개입했다고 한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삼성-최순실’로 연결되는 정경유착의 그림이 그려지게 됐다.

지난 8일 검찰이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가운데, 건물 밖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삼성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8일 검찰이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가운데, 건물 밖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삼성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 성사가 절실했던 삼성은 지난해 9월부터 최씨에게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을 했다. 최씨에게 직접 건넨 돈만 78억원,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에게 건넨 16억원 등 모두 합치면 300억원에 이른다. 최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은 삼성 합병이 통과된 지난해 7월17일과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7월24일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또 문 장관은 지난해 8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된 뒤 이례적으로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복지부 관계자는 “삼성 합병 건에 대한 ‘보은 인사’로 안 전 수석이 힘을 발휘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시켜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고, 숙원 사업을 이룬 삼성은 그 보답으로 최씨에게 거액을 건넸으며, 이 과정에서 공을 세운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국민연금은 2200만명의 국민이 노후를 위해 매달 꼬박꼬박 내는 보험료로 조성·운영된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튼실히 불려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재벌 총수를 도왔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와중에 삼성은 29일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삼성이 이런 얘기를 할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선후가 뒤바뀌었다. 지금은 또 정경유착에 휘말린 데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고 사과할 때다. 정경유착의 악습을 단절할 실효성 있는 대책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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