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곧 4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5일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국민 뜻에 따라 대통령이 답을 주셔야 할 시기가 됐다. 곧 (퇴진 날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보면, 박 대통령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잡힌 9일 이전에 담화나 기자회견 형식으로 퇴진 일정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을 놓지 않으려 이런저런 꼼수를 쓰다 안되니까 다시 퇴진 일정 발표를 통해 탄핵을 피해보겠다는 의도다. 이렇게 ‘나쁜 대통령’이 또 있을까 싶다. 박 대통령이 어떤 술수를 쓰든 국회는 흔들리지 말고 오직 민심만 바라보고 9일 탄핵안을 반드시 가결해야 한다.
한광옥 비서실장의 국회 발언을 보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어찌 이렇게 비겁하고 떳떳하지 못한지 안타까울 정도다. 한광옥 실장은 3차 대국민 담화가 “대통령의 조기 하야 선언이었다”고 말했다. 참으로 편의적인 해석이다. 자기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떠넘긴 게 어찌 ‘하야 선언’일 수 있는가.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했기에 지난 주말 전국에선 훨씬 광범위하고 뜨겁게 촛불이 타올랐던 것이다. 자꾸 거짓말과 편법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니 국민 분노만 커지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는 박 대통령에게 ‘4월 퇴진-6월 대선’을 명시적으로 선언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한 실장 발언으로 보면, 새누리당 요청이 대통령의 담화에 어떤 식으로든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의 양보로 비박계를 회유해서 9일 탄핵을 저지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을 포함해 정치권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게 있다. 지금 국민이 탄핵을 원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퇴임 시기 협상을 위한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거부하고,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달랬다가 ‘상황이 바뀌었다’고 태도를 바꾼 대통령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법과 원칙에 따라 지금 당장 탄핵하자는 것이다. 불확실한 정치상황을 걷어내는 게 ‘무질서’일 수는 없다.
민심이 추동한 ‘탄핵 열차’는 이미 출발했다. 누구도 이걸 멈출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든 더이상 정치권은 흔들려선 안 된다. 우선 탄핵안을 국회에서 가결하고, 대통령 퇴임 시기는 그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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