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재벌 총수 청문회’를 앞두고, 여러 언론이 재벌 감싸기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기업은 피해자인데 검찰 조사, 국회 국정조사, 특검 수사가 이어져 골병이 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총수들을 망신 주거나 호통치는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커 기업의 대외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면박 주기 청문회는 경제 침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특위 의원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어이가 없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비상한 각오로 청문회에 임할 것을 특위 의원들에게 촉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언론이 물타기를 하고 있다. 아무리 재벌이 최대 광고주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발 벗고 나서서 편드는 건 도를 넘는 일이다. 언론이 재벌보다 더 재벌 총수를 걱정해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미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이번 게이트의 핵심은 정경유착이다. 재벌들이 부패한 권력에 돈을 갖다 바치고 각종 특혜를 누린 의혹들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재벌들이 특위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재벌 총수들은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민원을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한 예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삼성동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기 착공을 위한 협조’와 ‘불법 노동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 등을 요청했다. 삼성이 삼성물산 합병 성사를 위해 최순실씨에게 거액을 건네고 청와대는 그 대가로 국민연금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다른 재벌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박 대통령과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3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와 함께 “재벌도 공범이다”라는 구호가 터져나온 이유다.
아마도 청문회에서 재벌 총수들은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냈으며, 특혜는 없었다”는 답변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 질의응답을 만들어 리허설까지 마쳤다고 한다. 특위 의원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날카롭고도 집요한 질문을 통해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만약 과거 청문회처럼 재벌 총수라고 봐주기를 한다면 “국회도 공범이다”라는 질타를 피할 수 없다. 온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청문회를 지켜볼 것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 구속 특별위원회’ 소속 30여 명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로비에서 재벌 총수 구속과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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