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심리에 들어간 헌법재판소에 국민의 눈과 귀가 모이고 있다. 촛불로 모인 국민의 뜻이 국회의 압도적인 탄핵소추로 확인된 데 이어, 이를 법적으로 확정할 책무가 헌재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를 외면하거나 지체할 수 없다. 주권자의 뜻이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한 마당에 그 뜻을 거스른다면 헌법적 위기는 불 보듯 뻔하다.
헌재도 서두르고 있다. 9일 국회 의결 직후 법리 검토에 착수하고, 박 대통령에게도 16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앞으로도 매일같이 평의와 공개변론을 해서라도 최대한 결정을 앞당겨야 한다. 주심 재판관의 다짐대로 “바르고 옳은 결론을 빨리 내리는 것”이 지금 헌재가 할 일이다.
박 대통령을 탄핵할 사유는 차고 넘친다. 11일 검찰 발표로 범죄 혐의가 추가됐고, 막 시작된 특검 수사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들 모두를 다 심리한다면 몇 달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법원 판결로 사실관계가 확정돼야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아예 탄핵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그렇게 해서 심리와 결정이 늦어지면 탄핵을 피하려는 쪽에만 이익이 된다. 헌재가 그런 함정에 빠질 이유는 전혀 없다.
그렇잖아도 중요한 탄핵 사유는 이미 분명한 터다. 박 대통령 자신이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자신의 헌법 위반행위를 일정 부분 인정했고, 법률 위반의 여러 범죄 행위도 검찰 공소장 등으로 확인됐다. 국민주권과 대의제 등 헌법의 주요 원리를 파괴한 대통령의 행위 하나하나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요한 법 위반”이며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해당한다. 헌재는 이들 확실하고 중대한 탄핵 사유에만 집중해 심리해도 충분하다.
사실 조사에 길게 시간을 끌 이유도 없다. 탄핵심판이 형사소송법 절차를 준용한다고 해서 헌재 심판이 형사재판과 같을 수는 없다. 형사처벌이 목적이 아닌 탄핵심판에선 형사재판 수준의 엄격한 증명보다 헌법 위반행위에 대한 가치 판단이 더 중요하다. 의심할 여지 없이 입증돼야 한다며 무더기로 증인을 신청하고 심판을 연기하는 따위로 시간을 끌려는 시도가 있다면, 헌재는 이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지체된 정의는 이미 정의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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