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 세력이 ‘혁신과통합연합’이란 새로운 모임을 결성하고 비박계에게 ‘당을 나가라’고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의결됐는데도, 정작 새누리당에선 당권을 움켜쥔 친박의 횡포가 훨씬 심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심을 거슬러도 이렇게까지 거스를 수 있는 건지 아연할 따름이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했다는 건 곧 새누리당 친박계도 민심의 탄핵을 당했다는 뜻이다. 이걸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박근혜 호위’에만 몰두하는 친박계는 군사쿠데타 세력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반동’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됐을 때만 해도 탄핵에 결사반대했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곧 무너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에서도 절반 가까운 의원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친박계 지도부가 더는 그 자리에 있을 명분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요즘 친박계 행태를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막무가내다. 지난 3년10개월 동안 국정을 파탄 낸 것도 모자라서, 지지율이 바닥인 대통령을 위해 집권여당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도 이렇게까지 국민 뜻을 외면하고 사욕을 채우는 집단이 있었을까 싶다.
친박 핵심인 이장우 의원이 비박계 의원들을 겨냥해서 했다는 얘기를 들어보면, 이들이 정치하는 목적은 국민을 위한 게 아니다. 오직 박근혜 한 사람을 위한 패거리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장우 의원은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의 행동에 대해 “자기를 부정하고 씨도 없는 파렴치한 일” “인간 이하의 처신” “부모 형제를 내친 패륜”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대통령에 대한 반대를 ‘패륜’이나 ‘씨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친박계 의원들에겐 지난 4월 총선에서 자신을 뽑아준 국민과 지역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흡사 ‘박근혜 대통령 부활’에만 목숨을 건 ‘정치 좀비’들의 본능적인 행동과 다를 게 없다.
친박계의 정치적 속셈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어떻게든 당권을 쥐고 일부 보수 세력이라도 끌어모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20%까지만 올라가도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던데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생각이다.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어찌 이리도 오판할 수 있을까.
이정현 대표와 친박 지도부는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한다. 21일까지 버티겠다는 것도 우습지만, 그 뒤 이 대표만 사퇴하고 다른 친박 최고위원들은 그대로 남겠다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친박계는 당을 깨는 것도 모자라 당의 혁신을 방해하고 끝없는 나락으로 빠뜨리려 한다. 나라와 당이 망가지더라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에 대통령이나 친박 의원들이 어찌 이리도 똑같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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