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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황 총리의 어설픈 ‘대통령 행세’ 꼴사납다

등록 2016-12-13 18:03수정 2016-12-13 19:04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총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대통령과 동반 퇴진했어야 할 총리’로서 국민에게 속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마치 선출된 대통령이나 된 듯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무총리실은 13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며 오는 20~21일로 예정된 임시국회 대정부질의에 황 총리가 참석하지 않을 방침임을 내비쳤다. 특히 국무총리실은 “국가적 위기 및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해 황 총리가 ‘사실상 대통령’이기 때문에 국회에 나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황 총리의 착각 증세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황 총리의 현재 공식 직함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다. 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 직책은 엄연히 총리라는 뜻이다. 따라서 국회가 부르면 당연히 참석하는 게 맞다. 헌정사상 대통령 탄핵이 두 번뿐인데 황 총리 쪽이 ‘전례’ 운운하는 것도 우습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총리가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은 당시 야당에서 시정연설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국회 출석은 황 총리가 국민에게 자신의 과도체제 운영 구상을 알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어설픈 대통령 행세를 하느라 그런 기회마저 박차고 있다.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자마자 연일 안보와 경제를 강조하는 모습도 쓴웃음을 짓게 한다. 물론 안보와 경제는 중요하다. 그렇지만 황 총리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최대 조력자’로서 국민 앞에 진솔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그런 절차도 건너뛴 채 ‘대통령의 단골 언어’인 경제와 안보를 들먹이며 ‘대통령 코스프레’에 들어갔다. 게다가 13일 ‘원로와의 대화’를 한다면서 만난 사람들도 강경보수파 일색이다. 이런 편향적인 행보로 과연 과도체제를 제대로 이끌어나갈지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황 총리는 운이 좋아 대통령 권한대행 감투까지 썼지만 국무총리로서도 부자격자라는 지적을 받아온 사람이다. 두드러기를 사유로 터무니없이 병역면제를 받은 사실을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병역기피 의혹자가 국군통수권을 행사하는 상황에 어이없어하고 있다. 황 총리는 빨리 착각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분수를 모르고 대통령 행세를 계속하면 ‘황교안 퇴진’을 외치는 촛불이 또다시 광장을 가득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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