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현판식과 함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공식 수사를 시작했다. 박 특검팀은 현직 대통령과 삼성그룹 오너 등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일인자들을 우선적인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40년 이상 곪아온 정경유착의 악습을 도려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특검팀이 이날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의 뇌물 혐의 규명을 위해 국민연금 등을 수색한 것은 적절한 조처다. 경영권 승계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삼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외에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등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지난해 7월25일 이재용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했고 닷새 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독일로 가 최순실씨와 자금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박 사장이 이와 관련해 그룹 미래전략실, 이 부회장과 지시·보고관계에 있었다는 흔적도 발견됐다고 한다. 수백억원이 아무 대가 없이 제공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최순실씨 일가가 박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해왔을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한 증언까지 있으니 특검 수사를 통해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김영한 업무일지’에서 드러난 김기춘-우병우 라인의 직권남용도 특검이 파헤쳐야 한다. 이들의 지침에 따라 정윤회 문건을 문서유출로 뒤집는 과정에는 현직 검찰 수뇌부를 비롯한 여러 검사들이 관련돼 있다. 이런 사건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국정원-우익단체들과의 커넥션을 통한 정치공작까지 낱낱이 드러내 단죄해야 한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 구조의 골든타임에 청와대 안보실은 해경에 3분 간격으로 전화하며 집무실에 나오지도 않은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며 끊임없이 영상을 요구했다. 청와대의 구조 방해를 덮기 위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검찰 수사를 방해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40년 쌓인 적폐를 통상적인 수술로는 도려낼 수 없다. 특검팀은 그동안 쌓여온 부정·부패·비리의 뿌리를 도려낸다는 각오로 청와대 관저를 포함해 공간·시간의 제약이나 그 어떤 성역도 없이 오로지 국민만 믿고 강력하고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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