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신년 간담회를 갖고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특검과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나 국회 청문회장의 증언조차 모조리 부인으로 일관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정상 상태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국민에게 사과하기는커녕 “모든 게 정상으로 바로잡혀 보람찬 새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는 뻔뻔함이 놀랍기만 하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도 출입기자들을 불러 신년 간담회를 여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기 이를 데 없다. 여전히 자신은 대통령이고,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곧 직무에 복귀할 수 있으리라는 미몽에 깊이 빠져 있다고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박 대통령의 간담회 발언은 더욱 가관이다. 그는 “저를 도와줬던 분들은 뇌물 받은 것 없이 열심히 일한 것뿐인데, 고초를 겪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구속된 최순실·차은택씨, 안종범 전 수석, 문형표 전 장관 등이 억울하다는 뜻인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들의 범죄사실은 국민 입을 벌어지게 했던 터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들이 누명을 썼다며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도대체 제정신인지 알 수가 없다. 남들은 모두 인정하는 현실을 전면 부정하고 자기만의 환상에 갇혀 사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도 아무 잘못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날 정상적으로 보고받으며 계속 체크하고 있었는데 … 제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밀회’를 했다고 하니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라는 게 대통령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이 사안의 본질은 ‘밀회’ 여부가 아니다. 수백명의 국민이 숨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재난 구조의 사령탑 구실을 제대로 했느냐가 핵심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마저 당시 대통령의 위치를 알지 못해 서면 보고서를 여러 곳으로 보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정상적인 업무’를 봤다고 말할 수가 있는가. 정말 기가 막히는 건 대통령이 아니라 세월호 유족들이고, 바로 국민이다.
끝까지 국민을 실망시키고 분노케 하는 박 대통령의 행동에 새해 첫날부터 국민 마음만 더욱 무겁게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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