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박 대통령이 헌법의 대전제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위반하고, 권한을 남용해 각종 형사범죄를 저지르고, 대통령에게 주어진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어기고, 헌법상의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 판단하는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 국정공백 상황에서 벌어지는 심판인 만큼, 실체 판단의 엄정함과 함께 절차의 신속함이 매우 중요하다.
첫 변론기일은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바로 끝났다. 1일 느닷없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일방적으로 변명만 늘어놓은 박 대통령이 정작 탄핵 심판정에는 출석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 심판정에서 모든 사실을 직접 밝히는 것이 지켜보는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고 예의를 갖추는 자세다. 그래야 심판도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장외에서 사실과 거리가 먼 주장을 펼친 것은 지지세력을 결집해 헌재를 압박하려는 계산인 듯하다. 치졸한 꼼수다. 청와대 비서실의 도움을 받고 비서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연 것 자체가 대통령 권한 행사이니, 탄핵 소추된 대통령의 권한 행사 정지를 규정한 헌법 제65조 제3항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탄핵 사유인데, 박 대통령은 버젓이 또 간담회를 열 태세라고 한다. 뻔뻔하고 무지막지한 헌재 심판 방해다.
헌재에 맡겨진 책무는 엄정하고 신속한 심판이다. 탄핵 심판은 사유 하나하나의 유무죄를 가리는 형사재판이 아니라 탄핵 소추된 당사자에게 공직을 계속 맡겨야 할지 판단하는 징계재판이다. 처벌 여부가 아니라 파면 여부를 정하는 것인 만큼, 파면할지 말지를 종합해 판단할 수 있는 정도까지 사안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바로 공정하고 엄정한 심판이다. 탄핵 심판의 과정이 형사재판과 같을 수도 없다. 소추위원인 국회엔 강제수사권도 없는데 형사재판의 검찰처럼 다 입증하라고 할 수는 없다. ‘세월호 7시간’처럼 피소추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 온당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형사재판처럼 엄격한 증명까지 요구할 일도 아니다. 그보다는 낮은 정도의 확신을 줄 정도면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헌재도 이런 원칙에 따라 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흔들림 없이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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