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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피해자’라는 태도로는 삼성의 앞날도 어둡다

등록 2017-01-15 17:49수정 2017-01-15 18:59

미르재단·케이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 외에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따로 거액을 지원한 삼성이 ‘우리는 피해자’라고 강변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사 처벌을 피해보자는 뜻이겠지만, 이래서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앞날이 오히려 더 어두워진다.

삼성은 그동안 여러 번 말을 바꿨다. 정유라씨한테 말을 사줬다는 지난해 언론 보도에는 “사실무근”이라고 딱 잡아뗐다. 또 승마협회 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직접 독일에 가서 비덱스포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승마협회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삼성이 나서서 지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압력에 못 이겨 지원하게 됐다”며 ‘피해자’ 논리를 편다.

삼성은 지원 대가로 거론되는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두고는 “두 회사의 합병은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고, 정권에 특별히 도움받을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엄청나게 유리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큰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합병 성사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은 무리에 무리를 거듭한 결과였다.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압력을 넣은 사실,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결정 직후 청와대에 직보한 사실 등은 이미 드러났다.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여러 증거들을 내놓으면 그때는 또 뭐라고 말을 바꿀 것인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총수 체제 삼성의 의사 결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 부회장에게 잘못이 있어도 덮어줘야 할 이유는 못 된다. 구속 여부는 특검과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피해자’ 주장은 국민의 반감을 키우고 형사 처벌의 강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

삼성과 이 부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지난날 잘못된 일에 어떻게 책임을 질지, 한국 최대의 대기업집단의 경영을 어떻게 개혁해 신뢰를 회복할지 궁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잘못된 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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